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ICE 홈페이지 영상)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3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현지 공장 건설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번 사태는 매출 차질과 보조금 축소 우려를 불러오며 한국 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키우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조지아주 HL-GA 배터리 공장에서 직원과 협력업체 인력이 불법체류 혐의로 단속되면서 현지 공사 현장은 물론 미국 내 주요 배터리 공장 작업이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지 출장 인력이 서둘러 귀국하는 상황까지 이어져 주재원과 일부 현지 인력만 최소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공정 진척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HL-GA를 비롯해 애리조나주 퀸크릭 미시간주 랜싱 오하이오주 파예트카운티에서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온도 조지아 켄터키 테네시주에 공장을 세웠지만 장비 기술 인력의 입국 차질로 정상 가동이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공정이 멈춰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사태 해결 여부가 향후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연간 50GWh 생산 시설에서 하루 생산이 지연될 경우 손실액은 약 400만달러에 이른다. 이를 30GWh 규모 HL-GA 공장에 대입하면 하루 33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여기에 금융비 고정비 고객사 신뢰 저하까지 겹치면서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종료 시한이 2032년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생산 지연은 세액공제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57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AMPC 수령액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구금된 인원 가운데는 LG에너지솔루션 직원 47명 일본인 3명을 포함해 배터리 장비 담당자가 있었으며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156명은 공장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맡았다. 한국인 전체 구금 인원은 3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태울 대한항공 B747-8i 전세기는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으며 현지시간 10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11일 오전 3시30분)에 출발해 11일 오후 6시20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신규 비자 발급과 인력 충원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장 재가동 시점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 내 반이민 정서와 현지 인력 채용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자 제도 개선 협의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금된 인력이 귀국한 뒤 비자 절차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이번 사태가 미국 내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