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상승세를 멈추고 흔들리고 있다. 달러 강세와 미국 소비지표 호조가 금값을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의 금 투자 규제와 비트코인·은으로의 수요 이동도 금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금이 다양한 외부 요인에 흔들리면서 향후 방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한국시간)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제 금 시세는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지난해 초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대에서 올해 4월 33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4월 이후 금값은 우상향을 멈추고 횡보세에 들어섰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17.10달러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3341.40달러에 거래됐다.
금값 하락에는 달러 강세가 영향을 미쳤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3% 상승해 금의 투자 매력을 낮췄다. 미국 상무부는 6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1%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미국 소비의 견고함을 보여줬다. 소비 지표 호조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춰 금값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연준 의장 해임설 진화도 금값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 외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 해임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자 금값은 일시적으로 1.6% 급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해임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다소 해소됐다. 이에 따라 전날 급등했던 금값은 다시 조정 흐름을 보였다.
중국의 정책 변화도 금값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신증권은 ‘유동성 확장 속 금을 막아서는 비트코인과 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의 금 매입을 억제한 정책이 금 수요를 줄였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동안 중국 개인이 금 현물 ETF를 통해 사들인 금은 63톤으로, 이는 중국 인민은행의 매입량보다 30배 많았다. 정부는 자산이 금으로 쏠리는 현상이 경기 부양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5월부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신용대출을 이용한 금 매입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자금이 금 대신 비트코인과 은 등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금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만, 최근엔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이나 은, 백금 등 대체 자산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은과 백금은 제조업 수요 비중이 각각 58%, 68%에 달하는 경기 민감 자산으로, 유동성 확장기에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신증권은 중국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1조3000억달러에서 1조5000억달러로 확대할 예정이며, 미국 연준도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완화해 4~6조달러의 레버리지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유동성 확대는 글로벌 제조업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금보다 경기 민감 자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분석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조업 반등이 은과 백금의 성과가 금을 앞지르기 시작한 주요 요인”이라며 “유동성 장세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되기 때문에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까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