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확산된 대지진설이 실제 항공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의 발길이 주춤해지면서 항공편이 줄고 항공권 가격까지 급락했다. 괴담으로 시작된 불안이 여행업계 전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4일 기준 여행업계에 따르면 일본행 항공 수요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줄면서 저비용항공사의 편도 항공권 가격은 최저 5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실제 항공권 예약 플랫폼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7월 9일 기준 주말을 포함한 일정 오사카 항공권이 9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엔 왕복 40만원대였던 가격이다.
항공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단순한 환율이나 공급 증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엔화 약세와 함께 일본 노선 확대, 여기에 7월 대지진설이 맞물리며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ageFX로 생성된 이미지 (그림=MMM 제작)
실제 홍콩의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지난 2일 일본 소도시로 향하는 정기 노선 두 개를 오는 9월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에도 일부 노선을 감편한 바 있으며 해당 조치는 “탑승객 감소로 인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도통신은 홍콩 내에서 퍼지고 있는 대지진설로 인해 일본행 수요가 급감한 것을 원인으로 전했다.
이번 지진설은 일본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서 비롯됐다. 만화가 다쓰키 료가 꿈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1999년 첫 출간한 이 작품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뒤늦게 주목받았다. 표지에 등장한 “2011년 3월 대재해”라는 문장이 실제 지진과 일치하며 화제가 됐고 이후 절판된 초판은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다쓰키는 2021년 완전판에서 “진짜 재해는 2025년 7월”이라는 예언을 추가했다. 그는 일본과 필리핀 사이 해저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태평양 연안 전역이 초대형 쓰나미에 휩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 기상청은 이를 일축했다. 지난달 13일 노무라 료이치 기상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소문”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럼에도 지난달 말부터 규슈 남단 도카라 열도에서 소규모 지진이 1000회 이상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