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초고가 월세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해 고액 임대료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월 300만 원 이상 거래가 7%를 넘어섰고 일부는 2,000만 원에 달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 500만 원 이상 계약은 146건으로 전체 7200여 건 중 2%를 차지했다. 연초 1%대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월세 300만 원 이상 비중도 같은 기간 5%대에서 7.7%까지 확대됐다.
초고가 거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전용 132㎡ 아파트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000만 원, 용산구 한남동 전용 227㎡ 아파트는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세 2,000만 원에 계약됐다. 서대문구 북아현동과 동대문구 용두동에서도 전용 84㎡ 아파트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400만 원으로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동 22가구 규모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1500만 원에 계약됐다.
월세 상승세는 일부 초고가 주택에 국한되지 않는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7개월 연속 오르며 지난달 127.4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업계는 6·27 대출규제 이후 전세자금대출 한도와 보증 비율 축소가 월세 전환을 촉진한 것으로 분석한다. 버팀목 전세대출 한도는 줄었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수도권 기준 90%에서 80%로 낮아졌다.
서울시내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MMM)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갭투자를 통한 전세 공급도 줄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역시 전세 공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