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해가 일상화되면서 국내에서는 폭우·지진 등 ‘기후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기발한 보험들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문화와 직업, 고령화, 팬덤까지 사회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는 이색 보험 사례가 세계 각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보험 상품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단순히 사고에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 직업적 특수성이나 개인의 생활 방식, 사회 구조의 변화에 맞춰 보험이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유명인의 신체 부위 보험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가 다리에 수십억원대 보험을 드는가 하면, 세계적 성악가는 목소리에, 톱모델은 다리나 얼굴에 고액 보험을 가입하는 식이다. 손을 생명처럼 여기는 스타 셰프들도 예외가 아니다. 해당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활동 자체가 중단되는 만큼 거액 보상을 통해 생계 유지가 가능하도록 한 구조다.
납치보험이나 전쟁보험처럼 고위험 지역을 출입하는 사람을 위한 보험도 있다. 외교관, 해외 파견 인력, 기자, 기업 임원 등을 대상으로 한 납치보험은 인질 상황 발생 시 몸값 보상은 물론 협상 전문가 파견, 심리치료 비용까지 보장하는 형태다. 전쟁이나 테러 피해를 보장하는 전쟁보험도 분쟁 지역 여행이나 출장 시 필수로 여겨진다.
레저나 이벤트 상황에서도 보험은 등장한다. 등산, 스카이다이빙, 파쿠르 등 고위험 스포츠에 대비한 취미 전용 보험은 물론이고 결혼식이나 페스티벌 중 갑작스러운 사고나 취소로 인한 손해를 보장하는 행사 보험도 있다. 결혼식이 파탄 날 경우를 보장하는 상품이나, 스타가 사인을 거절한 상황을 담보하는 이색 보장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고령화 흐름에 발맞춘 보험도 활발하다. 일본에서는 치매 고령자가 운전 중 사고를 냈을 경우, 피해자에게 보상해주는 특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프리니드(preneed) 장례보험’이 도입돼, 사망 시 보험사가 직접 장례식장을 섭외하고 장의차나 꽃 등을 포함한 전체 장례 절차를 대신 준비해준다. 가족이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생전 계약 내용대로 자동 실행된다.
가족 형태의 다양화에 따라 보험도 변하고 있다. 조부모가 사망 시 손주에게 용돈이 지급되는 손자보험, 미혼 파트너를 위한 관계 보험, 반려동물을 위한 유언보험 등은 유럽 국가들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팬 문화가 강한 국가들에선 콘서트나 팬미팅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나 부상을 보장하는 ‘팬 보험’도 생겨났다. 공연장 내 넘어짐이나 기념품 분실, 스타와의 접촉 중 사고 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팬덤 중심 문화에 맞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특화 여행자 보험도 다양화되고 있다. 항공기 연착이나 취소로 인한 식사·숙박비를 보장하거나, 해외에서 폭행 사건에 휘말렸을 경우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보장하는 특약이 대표적이다. 일정 기간 아무런 사고 없이 여행을 마치면 보험료의 일부를 돌려주는 환급형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UFO 납치 보험이나 로또 당첨 시 세금을 대신 내주는 보험처럼 사회적 상상력과 창의성이 결합된 상품도 적지 않다”며 “보험이 단순한 보장 수단을 넘어 삶의 방식과 문화를 담는 하나의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