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과의 대형 반도체 계약을 따내며 오랜 기간 정체됐던 주가 흐름에서 벗어났다. 7만원선 회복과 외국인 자금 유입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시장에서는 반도체 실적 회복 기대감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수급 양극화와 미 정부의 관세 압박이라는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종가 기준 7만40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7만원선을 돌파했다. 상승률은 6.83%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약 22조7647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 기간은 2033년 말까지로 총 8년5개월이며,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체 시스템 반도체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번 계약은 시장에서 오랜 기간 저조했던 파운드리 부문의 실적 개선 신호로 해석됐다. 경쟁사인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D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넘긴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장기 수주 확보를 통해 전략적 기반을 다시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 계약이 알려진 직후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후공정 업체인 두산테스나는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시선은 달랐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순매도 규모는 3조4736억원까지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동안 3조463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수급 주도권이 외국인으로 완전히 넘어간 가운데 일부 개인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외국인 중심의 상승 사이클이 강화되는 징후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DRAM 수요 증가와 파운드리 가동률 개선을 근거로 3분기 영업이익을 8조4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83%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연간 기준으로는 307조1000억원의 매출과 27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연간 실적은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증가하나 이익은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테슬라 외에도 IBM 닌텐도 유럽 반도체 기업 등으로부터 추가 수주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테일러 반도체 공장은 이번 계약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와 로봇을 포함한 애플리케이션 다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관세 발표 시점이 다가오면서 시장에는 또 다른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을 한미 무역 협상 시한으로 설정했으며 미 상무부는 상호 관세 유예 조치가 더 이상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관세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 전반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증권가는 반도체 부문 회복 가능성과 정책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이 하반기 수급 흐름과 관세 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회복과 더불어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이 관세 부담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