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초고액자산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과 아시아 최저 수준의 세율이 결합되면서 부의 이동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에서 4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는 한국 부유층에게도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알트라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거주 초고액자산가(UHNWI·순자산 3,000만 달러 이상)는 1만2546명으로 뉴욕(1만6,630명)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다. 나이트 프랭크 조사에서는 홍콩 주민 176명 중 1명이 순자산 100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에는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70곳 이상이 진출해 있으며 산업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 한국 주요 금융사도 현지 지점을 운영 중이다. 금융·세무·보험·투자 자문 등 전문 인력은 약 26만7000명에 달한다. 홍콩 증시에는 2600여 개 기업이 상장돼 있고 올해 1~5월 하루 평균 거래액이 43조 원에 이르렀다. 올해 상반기에는 44개 기업이 신규 상장해 총 1071억 홍콩달러(약 19조 원)를 조달하며 전 세계 IPO 시장 1위에 올랐다.
디지털 자산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홍콩 입법회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첫 법안을 통과시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상점에서는 해당 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제 환경은 홍콩의 강점 중 하나다. 연간 과세소득 200만 홍콩달러 이하 기업은 8.2%, 초과 기업은 16.5%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다. 개인소득세율은 약 15%이며 자본이득세·상속세·부가가치세·투자 원천징수세·배당 소득세가 없다. 지난해에는 단일 패밀리 오피스(SFO) 운영 법인에 대해 법인세율 0%를 적용하는 조세 감면 제도도 시행됐다.
자산관리 업계 관계자는 “홍콩은 법률·세금·승계 계획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한국 자산가들이 안정적으로 부를 보전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