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퇴직연금 제도인 401(k)에 암호화폐와 사모펀드 등 대체자산 투자가 허용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수조달러 규모의 은퇴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자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 관련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01(k) 계좌에서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프라이빗 에쿼티,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401(k)는 근로자가 세금 혜택을 받으며 급여 일부를 적립·투자하는 퇴직연금 제도로 약 9조달러가 운용되고 있으며 전체 미국 은퇴연금 시장 규모는 43조달러에 달한다. 이번 조치는 수십 년간 퇴직연금 시장 진입을 모색해온 프라이빗 에쿼티 업계와 암호화폐 업계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 가격은 2%가량 상승한 11만728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약 두 배 오른 수준이다. 리플은 11% 가까이 급등했고, 글로벌 증시에서도 관련주가 일제히 올랐다. 뉴욕증시에서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는 4.85%,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2.37%,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마인은 7.30%, 디지털 자산 업체 갤럭시 디지털은 2.74% 상승했다. 비트마인은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도 2.35% 추가 상승했다.
스완 비트코인 CEO 코리 클립스텐은 “비트코인이 미국인의 401(k)에 포함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며 “장기적으로 위험 대비 수익성을 인식하면 특히 하드 머니를 선호하는 젊고 기술 친화적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빗 에쿼티 업계는 이번 조치로 고액자산가 중심의 기존 투자 구조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은퇴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블랙스톤 CEO 스티브 슈워츠먼은 “2017년부터 퇴직자산 접근이 업계의 ‘꿈’이라고 말해왔다”며 이번 변화를 환영했다.
다만 새로운 규정 마련에 2026년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후에도 고용주의 철저한 실사와 적합한 투자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금융정책 분석가들은 실제 투자 적용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