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집값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 소비자들은 주택 가격 하락을 전망하며 심리를 급격히 조정했고 가계부채 전망도 함께 낮아졌다. 반면 소비심리는 회복세를 이어가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9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당시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전국 집값 하락 전망이 반영된 바 있다.

이번 지수 하락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6‧27 대책' 이후 즉시 시행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 정책의 여파로 분석된다. 정부는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6억원 초과 주담대를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해 가계부채 억제를 시도했다. 그 직전까지 주택가격전망 CSI는 2월 99에서 3월 105, 4월 108, 5월 111, 6월 120으로 4개월 연속 상승세였다.

이혜영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대출 규제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가 집값 기대를 낮췄다”고 말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기준치 100을 초과하면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이번 수치는 장기 평균인 107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하락 전환이 확인됐다.

주택 가격 전망과 더불어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7월 가계부채전망지수는 96으로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8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6개월 뒤 가계부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반면 가계저축전망지수는 101로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엇갈린 흐름 속에서도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8로 전월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다. CCSI는 100을 넘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으로, 지난해 12월 88.2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 반등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현재경기판단지수는 86으로 한 달 사이 12포인트 급등했다. 2020년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혜영 팀장은 “수출 회복과 소비 개선이 지수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반면 향후경기전망지수는 106으로 소폭 하락했는데 이는 최근 두 달 연속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와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한편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5%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4월 이후 3개월 만의 반등으로, 가공식품 가격과 석유류 가격 상승에 더해 폭염과 폭우로 인한 농산물 가격 인상 우려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