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수도권 전세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세대출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은 월세로 밀려나고 있고 집주인들도 월세나 반전세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대 형태 변화가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 발표된 대출 규제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세 매물은 줄어든 반면 월세 물건은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3300건 감소했고 같은 기간 월세는 약 3800건 증가했다. 정책 발표 이후 단기간에만 전세가 700건 줄고 월세는 400건 넘게 늘었다. 집주인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보다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입주를 앞둔 신규 단지에서도 월세 전환이 두드러진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의 한 4300세대 규모 대단지에서는 지난 한 달 사이 월세 매물이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전세대출 한도가 줄면서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세입자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전세자금 없이 2억~3억원 보증금을 낼 수 있는 반전세 수요를 중심으로 매물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전세보증금 과잉대출을 막기 위한 6.27 대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기존 90%에서 80%로 줄었다. 전세보증금이 5억원일 경우 기존에는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3억2000만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도 대출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전세의 월세화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4%에서 지난달 63%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세대출 한도까지 낮아져 세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해 상반기 월세는 5% 이상 오르며 매매와 전세보다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버팀목 전세대출과 같은 정책 금융도 줄어든 상황이어서 무주택 서민층은 더 큰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공임대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전세자금 조달이 막히자 월세로 밀려나는 구조는 단기 흐름이 아닌 주거 시장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책적 조율 없이는 서민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올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