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없이 노후를 준비하는 1인 고령층이 늘면서 생전 자산을 설계하고 사후 재산을 정리해주는 ‘유언대용신탁’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입 문턱이 낮아지자 중산층까지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금융권은 이를 새 수익원으로 적극 키우고 있다.
21일 매일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잔액이 3조7663억원에 이르며 5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 8793억원 수준이던 잔액은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억대 자산가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1000만원 이하 소액 신탁 상품까지 등장하며 중산층 수요가 본격화됐다.
KB국민은행은 이달부터 가입 최소 금액을 10억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춘 상품을 출시했고 우리은행도 9월부터 가입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내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10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도 3억원이던 기준을 5000만원으로 낮췄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금융기관과 신탁 계약을 맺고 자산을 맡긴 뒤 사망 후 지정한 사람이나 단체에 재산을 넘기는 상품이다. 생전에 자산을 운용하며 생활비나 치료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고 계약 내용 변경도 간편하다. 이 때문에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유언장보다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치매 전 자산 정리…1인 가구 증가도 배경
최근에는 고령 가구 내 인지 기능 저하로 사망 전 법적 의사 표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50~60대 고객을 중심으로 신탁 계약을 미리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녀가 없는 1인 가구도 증가하면서 사후 재산을 정리해줄 인물이 없어 신탁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맡길 수 있는 자산은 금전이나 유가증권 부동산 등이며 상품별로 최소 가입 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NH농협은행의 '사랑THE 종합유언대용신탁'은 금전 5000만원 이상 또는 다른 자산 포함 시 1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나은행의 ‘100세신탁’은 100만원 이상이면 가능하다.
보수율도 상품마다 다르다. 신한은행은 기본 보수 0.2%와 사후 집행보수 0.3%를 떼며 농협은행은 기본보수 0.3%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가입 시점 보수는 없지만 고객 사망 후 신탁잔액에서 각각 0.1%와 1%를 떼간다.
자금은 주식이나 주가연계채권(ELB) 상장지수펀드(ETF) 정기예금 등으로 운용된다. 원금 보장 상품은 아니기 때문에 운용 결과에 따라 수익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사망 후엔 신탁계약이 종료되며 사전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산이 이전되는데 이때는 상속으로 간주돼 상속세가 10~50% 부과된다.
한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속 재산은 44조5170억원으로 2007년 대비 7배 증가했다. 증여 재산도 같은 기간 15조4000억원에서 28조6000억원으로 86% 늘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800만3000가구로 사상 처음 800만명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972만6000가구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