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관세 정책의 여파 속에서 청년 세대 절반 이상이 데이트 비용을 한 달에 전혀 쓰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작=머니마켓미디어)
미국의 Z세대가 연애마저도 경제 압박에 무릎을 꿇고 있다. 고물가와 관세 정책의 여파 속에서 청년 세대 절반 이상이 데이트 비용을 한 달에 전혀 쓰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현재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8세에서 28세 사이 청년 9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53% 남성과 54% 여성이 한 달 데이트 지출을 0달러라고 답했다. 지출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을 밑돌았으며 이 가운데 25%의 남성과 30%의 여성이 월 100달러 미만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자 42%는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때는 사교 활동 자체를 거절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응답했다.
Z세대가 지출을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상승이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6월 271.70에서 올해 6월 322.56으로 19% 올랐다.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올 1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주거비는 물론 보육료와 대학 등록금도 오르면서 젊은 세대는 연애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까지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전국 주택 가격 지수는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2022년 기준 보육료는 연간 최대 15600달러에 달했다. 대학 등록금 역시 2010년 대비 2023년에 36.7% 높아졌다.
홀리 오닐 뱅크오브아메리카 소비자·소매 부문 사장은 “Z세대는 성인이 되면서 드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며 “저렴한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외식을 줄이며 예산을 설정해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저축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으며 24%는 부채 상환을 통해 재정을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물가 압박은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부터 발효할 고율 상호관세는 멕시코산 커피와 쇠고기, 오렌지주스뿐 아니라 중국산 가정용품과 의류 장난감 가격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고 장난감 가격은 1.8% 올라 2021년 이후 최고폭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케이 헤이는 “관세 영향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여름을 지나며 물가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데이트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데이트 앱 오케이큐피드는 Z세대가 화려한 소비보다 가치관과 호환성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미셸 카예 오케이큐피드 이사는 “부채와 저임금 등 경제적 압박으로 실제 데이트가 어렵다고 느끼는 Z세대를 자주 본다”고 말했다.
특히 Z세대 싱글 3분의 1은 실제 사람 대신 생성형 인공지능을 연애 파트너나 대화 상대 대체재로 활용한 경험이 있었다. 링크드인 회장 리드 호프만은 “무료로 대화할 수 있는 AI가 있는데 거절당할 수도 있는 현실의 데이트에 돈을 쓰겠는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