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빅테크 7곳,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에 대한 매수세가 전월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MMM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빅테크 7대 기업 ‘매그니피센트7(M7)’에 대한 매수세가 한 달 새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원화 약세의 주범으로 서학 개미를 지목하고 국내 증시 복귀 유인을 제공했지만, 외화 예탁금 이자율 급등으로 정책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커졌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는 애플, 아마존닷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 테슬라, 엔비디아 등 M7 주식을 총 36억6179만달러(약 5조3008억원) 매수했다. 이는 전월의 51억5544만달러(약 7조4589억원) 대비 28.97% 감소한 규모다. 미국 주식 전체 매수 금액 중 M7 비중도 17.78%에서 14.21%로 하락했다.
특히 테슬라와 애플의 경우 각각 1억4917만달러, 4731만달러 순매도 결제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인 11월에는 테슬라를 6751만달러 순매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투자자의 빅테크 선호가 약화된 가운데 M7 외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양상이 포착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의 문제는 속도일 뿐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빅테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금융, 바이오, 제조 등 비(非)테크 산업으로 투자자 관심이 분산되고 있다”며 “M7보다 S&P 493 또는 논테크(Non-Tech) 기업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원화 절하를 완화하기 위해 서학 개미의 달러 환전을 유도하는 세제 혜택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달 ‘국내 시장 복귀 계좌(RIA)’ 제도를 도입해 미국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개인에게 최대 5000만원 한도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책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외화 예탁금에 대한 이자율을 인상한 증권사가 늘고 있다.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은 미 달러 기준 평균 잔액 100~1000달러 구간에 최고 연 2%의 금리를 지급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평균 잔액 5000달러에 대해 연 0.8%를 제공해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도 기존 연 0.01%에서 2%로 대폭 상향했다.
반면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대형사는 0.1~0.3% 수준에 머물러 이자율 격차가 두드러진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외화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기준을 강화한 이후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고금리 정책이 달러 환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달러를 보유하기만 해도 일정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굳이 원화로 환전할 필요성이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미장에서 국장으로 U턴’ 유도책이 오히려 달러 유출을 막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마케팅을 제한하고 있지만, 예탁금 금리 경쟁이 심화되면서 정책 방향과 시장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율 변동의 원인을 개인 투자자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라며 “글로벌 자금 흐름과 산업 구조 변화 등 근본적인 요인을 병행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