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MMM)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배경에는 퇴직연금과 부동산 운용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퇴직 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반면 한국은 일시금 수령과 부동산 보유 집착이 맞물리며 빈곤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25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23년 기준 38.2%로 33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퇴직연금의 일시금 인출 비중은 90%에 달해 생활 안정성이 떨어지는 구조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노인 빈곤율이 각각 4.4%, 4.06%로 낮다. 네덜란드는 일시금 수령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통과된 제도 개정안에서도 최대 10%까지만 허용했다. 미국과 호주처럼 일시금 인출을 선호하는 국가는 노인 빈곤율이 20%를 웃도는 상황이다.

퇴직 이후 부동산을 자산 관리 수단으로 삼는 한국의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송파구에 사는 김 모씨는 1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했지만 국민연금 250만원으로는 대출 원리금과 관리비를 감당하기 벅차다. 기초연금 수급 기준에서도 제외돼 실질적으로는 하우스 푸어 상태다. 부동산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1517만원으로 이 중 80%가 부동산이다. 노인 보유 부동산 총액은 2474조원으로 전체의 29.2%에 달한다. 그러나 현금화가 쉽지 않아 생활비 부족으로 이어진다. 주택연금 제도는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만 가입 가능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가입 가구는 전체 대상의 1.8%에 그쳤다.

부동산 상속 구조 또한 경제 순환을 막는다. 지난해 상속된 부동산 수증자 중 60세 이상이 44%를 차지하며 ‘노노 상속’ 현상이 뚜렷하다. 70세 이상 고령 부모가 사망 후 재산을 남기면 60대 자녀에게 이어지는 구조다. 이로 인해 자산 이전 효과가 젊은 세대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과 부동산 자산 운용 방식을 동시에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6월 심포지엄에서 노인 보유 부동산을 연금화할 경우 빈곤율을 37.7%에서 23.5%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황인도 한국은행 연구원은 주택연금이 GDP를 0.5~0.7%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혜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주택연금 가입 한도를 상향하고 수령액 조정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제 혜택을 통한 주택 다운사이징 활성화, 손주 세대까지 확장된 증여세 완화 등 제도 개선 요구가 나온다. 정윤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 축소 과정에서 취득세 감면을 제안했으며 전문가들은 조손 증여 활성화를 통해 젊은 세대의 소비와 주거 안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