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며 내국인 실수요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가운데 외국인은 자금 조달 방식과 거주 요건 등에서 규제를 피하며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최근엔 전세보증사고를 낸 외국인 집주인이 본국으로 도주해 피해 회수가 어려운 사례도 늘고 있다.

1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과 여의도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을 매수한 외국인은 총 6569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미국 국적 333명, 중국 국적 458명이 각각 주택을 매수해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서울 지역 외국인 매입자 수는 6월에만 360건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중국 ▲미국 ▲캐나다 ▲일본 ▲타이완 순으로 많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 (사진=등기광장 갈무리)

수도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 뚜렷하다. 경기도에서만 올해 상반기 동안 중국인 2711명이 집합건물을 매수했다. 이는 월평균 450명 이상 수준이다. 인천도 같은 기간 중국인 매수 건수가 881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외국인 매수 중 중국계 비중은 서울·경기·인천 합산 기준 약 65% 이상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은 대부분 자금 조달을 해외에서 해결해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는 40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이 74억원에 매입해 신고가를 경신했고, 성북구 단독주택도 중국인이 119억7000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매입해 주목받았다. 현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국인이 규제를 회피한 채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임대차 시장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외국인 임대인은 1만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다. 서울에서만 5024건이 이뤄졌고, 인천 796건 경기 3126건 순으로 확인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외국인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도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외국인 전세보증사고는 총 52건, 피해액은 123억4000만원에 이르렀으며 이 중 64억원은 대위변제로 처리됐다. HUG 측은 “외국인의 경우 행적 확인이 어려워 채권 회수에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국내 실수요자 보호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지역에서 외국인의 현금 매입이 시세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며, 내국인은 매입에서 밀리고 임대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외국인 거래에 대한 현장 점검과 이상 거래 정밀 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자금 출처, 실거주 여부 등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도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외국인 부동산 매입 시 ‘사전허가제’ 도입과 함께 ‘상호주의 원칙’을 법제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에 자국민 체류 요건 등을 부과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동등한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를 포함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한편, 외국인 규제 강화가 외교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정부는 법적 기반 마련과 외교적 고려를 병행하며 검토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토부와 함께 외국인 부동산 취득 제한 조치 필요성을 논의하는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