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초고가 월세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드물었던 월 1000만원 이상의 계약이 올해 들어 이미 100건을 넘어서면서, 자산가들의 부동산 활용 방식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고가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으며 시장 내 ‘월세 중심 전환’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4일까지 서울에서 월세 1000만원 이상으로 체결된 임대차 계약은 총 10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6월 거래는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아 있어 실제 상반기 거래량은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초고가 월세 중 가장 금액이 높은 거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의 고급 주상복합 단지에서 나왔다. 전용면적 241㎡ 규모의 ‘갤러리아포레’ 한 세대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0만원으로 계약됐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서울 아파트 월세 중 최고가다. 종전에는 같은 지역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3700만원으로 임대되며 가장 높은 월세 계약으로 기록됐었다.
고액 월세는 성수동 외에도 용산 한남동, 한강로 일대에서도 활발히 체결되고 있다. ‘센트럴파크’ 전용 237㎡는 지난 3월 보증금 3억원에 월 2500만원에 계약됐고, ‘나인원한남’ 전용 206㎡ 역시 2월 보증금 15억원, 월세 2500만원에 임차인을 맞았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고액 월세 흐름은 강남 서초 성동 용산을 넘어 여의도와 종로 금천 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의도 ‘브라이튼여의도’ 전용 132㎡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475만원, 같은 단지 전용 113㎡도 2억원 보증금에 월세 1200만원으로 계약됐다. 이외에도 종로구 신문로 ‘디팰리스’,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1차’ 등 비강남권에서도 월 1000만원 이상 계약이 확인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부 고가 아파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월세 계약도 1400건을 넘으며, 자산가 중심의 월세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의 선택에 세제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세무전략센터 정보현 연구원은 “보유세·종부세 등 고가 주택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로 인해, 고액 자산가들이 직접 소유보다는 월세 형태로 거주를 택하는 전략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처럼 자금이 장기간 묶이지 않으면서도 고급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인을 통한 수요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법인의 경우 고급 주택을 임차해 직원 숙소 등으로 활용할 경우 비용 처리가 가능해 초고가 월세를 부담할 동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도 월세 거래 증가세는 뚜렷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월세 계약은 29만15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는 6.6% 증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