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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로 지정된 국가와 지역이 올해 기준 확대되면서, 저세율과 금융 비밀을 이용한 세금 회피 구조가 본격적인 규제 대상에 오르고 있다. 유럽연합과 각국 정부는 물론 민간 금융업계까지 관련 명단을 공개하며, 법인과 고액자산가의 해외 절세 전략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이사회에 따르면, EU는 2024년 10월 8일 기준으로 2025년 적용 ‘비협조적 조세 관할지역’ 명단을 확정했다. 이 명단에는 ▲아메리칸사모아 ▲앵귈라 ▲피지 ▲괌 ▲팔라우 ▲파나마 ▲러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토바고 ▲미국령버진아일랜드 ▲바누아투 등 총 11개 지역이 포함됐다. EU는 이 명단을 매년 두 차례 갱신하며, 해당 지역과의 거래에는 세무상 제한이 적용된다.

네덜란드 재무부는 자국 세법상 '저세율 및 비협조 조세 관할지역' 목록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2025년 기준 해당 목록에는 앵귈라, 바하마, 바레인, 바베이도스, 버뮤다, 영국령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건지, 맨섬, 저지, 투르크메니스탄, 터크스케이커스제도, 바누아투, 미국령버진아일랜드, 아메리칸사모아, 피지, 괌, 팔라우, 파나마, 러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 포함된다. 이 목록은 법인세율이 9% 미만이거나 EU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국가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칠레 국세청은 지난 3월 12일 개정된 조세피난처 목록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으로 기존 46개 국가가 목록에서 제외됐으며, 일부 국가가 새롭게 포함됐다. 제외 대상에는 바하마, 버뮤다, 영국령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코스타리카, 퀴라소, 엘살바도르, 홍콩, 말레이시아, 카타르, 세르비아, 태국,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등이 포함됐다. 칠레는 자국과의 정보교환협정 체결 여부 및 OECD의 조세 투명성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해당 목록을 결정한다.

민간 금융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주요 조세피난처로는 ▲케이맨제도 ▲버뮤다 ▲룩셈부르크 ▲맨섬 ▲영국령버진아일랜드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은 법인세나 소득세가 매우 낮고, 금융 정보의 비공개성이 높은 점이 공통적이다. (출처: Offshore Protection, 올해 5월 10일 기준)

한편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조세피난처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 왔다. OECD는 조세피난처(또는 조세회피처)를 “실질적인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며, 조세 정보의 국제적 공유에 비협조적인 국가 또는 지역”으로 정의한다. 해당 지역들은 일반적으로 외국환 규제가 약하고 기업 경영 관련 규제도 제한적으로 금융 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다국적 기업이나 개인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해 세금을 줄이는 방식이 활용돼 왔다. 예를 들어,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수출 거래 과정에서 세율이 낮은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수익을 집중시키는 구조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업 실체 없이 세금 회피만을 목적으로 법인을 세운 경우, 각국 세무당국은 이를 '조세회피 목적의 비실질 거래'로 간주해 과세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편,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2000년 이후 OECD를 중심으로 투명성과 정보교환 기준이 강화되면서 실질 사업 유무, 조세제도의 개방성, 금융 규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세피난처 여부를 판단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