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돈으로 집 대신 크루즈 선실을 선택한 77세 미국 여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식사와 세탁이 포함된 크루즈 요금으로 정착할 양로원보다 저렴하게 전 세계를 항해하는 삶을 택한 것으로, 기존의 노년 삶의 방식에 도전장을 던진 이 선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1일(현지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샤론 레인은 지난 6월 중순 거주형 크루즈 ‘빌라 비 오디세이(Villa Vie Odyssey)’호에 탑승해 15년간의 장기 항해를 시작했다. 레인은 “평생의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밝히며 자신이 선택한 ‘바다 위의 삶’에 강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집보다 싸고 더 자유로운 ‘배 위의 집’
샤론 레인이 거주하게 될 객실은 창문이 없는 내부 선실로 가격은 약 12만9000달러(한화 약 1억7800만원)다. 여기에 매달 2000달러(약 276만원)의 생활비가 추가된다. 식사와 세탁, 와이파이, 의료 상담, 하우스키핑, 24시간 룸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외부 전망이 가능한 객실은 16만9000달러(약 2억3300만원)부터 시작되며, 매달 500달러(약 69만원)가 추가로 들지만 레인은 “내부 선실도 충분하다”며 “오히려 바다의 흔들림을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갑판에서 보내며 책을 읽거나 바닷바람을 즐긴다고 말했다.
크루즈는 일본부터 뉴질랜드까지 전 세계 주요 항구를 순회하며 이동한다. 도시 정박 시에는 추가 비용을 내고 관광이 가능하며 현재 약 450개 객실이 운영되고 있다. 승객 중 55%는 단독 탑승자로 대부분이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빌라 비 오디세이의 순항 경로 (사진=Villa Vie Odyssey 공식홈페이지)
■ 출항 전 무산 경험도…“지금이 진짜 시작”
레인은 과거에도 장기 항해형 크루즈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했으나 선박 확보 실패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당시 대부분의 짐을 처분하고 거주지도 정리했지만 항해는 시작되지 못했다. 이번 ‘빌라 비 오디세이’ 역시 당초 계획보다 출항이 지연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항에 약 4개월간 정박했던 바 있다.
출항 이후에도 일부 기항지가 기상 상황과 지역 규정 등으로 제외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럼에도 레인은 “초기의 혼란은 대부분 정리됐다”며 앞으로의 15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는 “언젠가 이 배를 떠날 날이 오겠지만, 지금 이 배의 갑판이 내 인생”이라고 말했다.
해당 크루즈는 최대 5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탑승자 중에는 전직 백악관 비서실장, 노벨평화상 수상자, 우주비행사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 레인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단순한 일상이 좋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