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의 여행업계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여행업, 기타 여행보조 및 예약 서비스업종도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는 건당 거래금액 1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에 대해 소비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거래일로부터 5일 이내에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현금영수증 미발행 시에는 거래액의 20%에 해당하는 가산세가 부과되는 강력한 제재도 뒤따릅니다. 그러나 여행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예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계는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알선수수료 vs 여행상품 결제금액 총액, 발행 기준의 모호함
여행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현금영수증 발행 범위에 관한 것입니다. 유권해석에 따르면 여행사의 실제 수익은 알선수수료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어, 여행사는 여행상품 총액이 아닌 알선수수료에 대해서만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여행사들은 의무발행 이전에도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왔으나, 주로 여행상품 총액을 기준으로 했던 관행에서 알선수수료로 발행 범위가 바뀔 경우 실무적 어려움이 크게 증가합니다.
여행업계가 직면한 세 가지 현실적 난제
첫째, 수수료 확정의 시간적 괴리
여행업의 가장 큰 특성은 알선수수료가 여행이 종료된 이후에야 정확히 확정된다는 점입니다. 고객으로부터 비용을 받은 시점과 실제 수수료가 확정되는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존재합니다. 특히 환율이 급변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과거에 미리 구매해놓은 상품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행사가 손실을 감내하는 상황에서, 사전에 알선수수료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예상되는 알선수수료를 적용해 임의로 발행하고, 여행 종료 후 추가로 발생하는 알선수수료에 대해 추가 발급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또는 여행종료 시점을 용역 제공 시기로 보고, 종료 후 5일 이내에 정산해 알선수수료를 확정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적게는 1~2번, 많게는 4~5번까지 수정이 필요할 수 있고 사후 추가 발급 부분이 가산세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어 실무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영업 기밀인 마진율의 노출
알선수수료는 여행사의 핵심 수익 모델이자 영업 기밀입니다. 각 여행사마다 랜드사와의 관계, 알선 물량 등에 따라 수수료율 차이가 있어 민감한 정보로 취급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마트에서 두부 한 모를 살 때 마트의 마진이 얼마인지 모르는 것처럼, 다른 산업에서는 요구하지 않는 마진 공개를 여행업에만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현금영수증을 알선수수료 기준으로 발행하게 되면, 소비자는 여행사가 얼마의 마진을 남기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여행사의 가격 협상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셋째, 취소 및 환불 처리의 복잡성
여행 상품은 그 특성상 취소와 환불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현금영수증 취소는 당초 승인거래의 승인번호, 승인일자, 취소사유를 확인하여 당초 발급한 현금영수증을 취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당초 거래내역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임의로 현금영수증을 취소할 수 없으며, 사업자등록번호가 다른 타 사업장에서 매출한 상품에 대해서도 당해 사업장에서 임의로 현금영수증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여행 상품의 부분 취소, 일정 변경, 옵션 추가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여행업에 적용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알선수수료 기준으로 발행된 현금영수증을 취소하고 수정 발행하는 과정은 실무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납세협력비용의 급증과 시장 혼란
국세청이 정의하는 납세협력비용은 증빙의 수취·보관, 신고서 작성·제출, 세무조사 등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 이외의 경제적, 시간적, 심리적 비용을 의미합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납세협력비용은 GDP의 0.8% 수준인 9조8878억원에 달했습니다.
여행업에 대한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제도는 이러한 납세협력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정확한 알선수수료 계산, 영수증 발행 및 수정, 취소 처리 등 추가적인 행정 부담은 특히 소규모 여행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여행상품 총액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경우 순이익보다 납부할 부가가치세가 더 많아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제도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여행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시급합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주요 여행사들과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총액 발행 후 실제 정산 내용을 반영해 매출을 신고하는 방식도 인정해달라는 법률 개정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또한, 여행업계에서는 한국여행업협회에서 권장하는 알선수수료 7%를 기준으로 현금영수증을 먼저 발행하고, 실제 정산 후 차이가 있을 경우 수정 재발행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제도는 과세 투명성 제고라는 긍정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적용은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행업의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유예 기간이 필요합니다.
국세청은 납세비용 감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는데 힘쓰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행업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에 대한 재검토와 현실적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그래야만 납세 의무 이행과 여행 산업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