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 르웨스트 조감도. (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호텔업계가 급속한 고령화 흐름 속에서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각 사가 기존 호텔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프리미엄 주거 서비스를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파르나스호텔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에 노인주거 및 복지시설 위탁운영 사업을 추가했다.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3월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호텔 운영시스템을 활용한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확장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이번 정관 변경으로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동시에 위탁급식업, 공동주택 및 업무시설 공동편의시설 위탁운영, 종합여행업, 식품 및 축산물 유통판매 등도 신사업으로 추가하며 시니어 사업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발 빠르게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22년 프리미엄 시니어 주거 브랜드 'VL(Vitality & Liberty)'을 선보였으며 올해 초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첫 시니어 레지던스인 'VL 라우어'를 준공했다. 오는 10월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VL 르웨스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롯데호텔은 기존 호텔 서비스 노하우를 시니어 주거에 접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컨시어지 서비스와 세대 내 하우스키핑, 건강 상태에 맞춘 맞춤 식단 제공 등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시니어 고객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호텔신라도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점찍었다. 호텔신라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노인주거 및 여가복지 설치 운영사업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부진 사장은 당시 주주총회에서 "업의 본질에 집중해 새로운 성장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식사, 주거, 액티비티 등 호텔 수준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 고령층 겨냥한 프리미엄 서비스 확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자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경제력과 건강을 갖춘 골드 시니어층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주거 및 여가 서비스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일반 실버타운과 달리 5성급 호텔 수준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컨시어지와 하우스키핑, 맞춤형 식사, 헬스케어, 문화 및 여가 프로그램까지 통합된 서비스로 차별화되고 있다. 업계는 이를 통해 시니어 고객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이 확대될수록 경쟁 심화와 차별화 전략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롯데호텔이 VL 브랜드로 선점한 가운데 파르나스호텔과 호텔신라가 잇따라 진출하면서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인 호텔신라는 차별화된 서비스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또한 프리미엄 서비스 중심의 운영 특성상 고가의 입주비와 이용료가 발생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운영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경제력이 부족한 시니어층은 이러한 시설에 접근하기 어렵고 사회적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력을 갖춘 고령층은 비용보다 건강관리와 인프라를 우선시한다"며 "이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호텔업계는 앞으로 프리미엄 서비스 외에도 보다 다양한 계층이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 서비스 모델 개발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서비스는 프리미엄으로 제공하고 일부는 대중적인 가격으로 구성하는 등 맞춤형 모델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강관리와 문화·여가·교육 등 부가 서비스 강화도 시니어 고객들의 삶의 질을 높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편, 이처럼 파르나스호텔과 롯데호텔, 호텔신라 등 국내 주요 호텔업계의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확대는 고령화 사회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신성장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