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전세대출과 분양 잔금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잔금 마련 계획이 무산되자 계약 해지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은행권 비대면 대출 중단까지 겹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8일부터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분양단지 입주 예정자들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해당 대출은 세입자가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지급한 직후 소유권이 이전되는 방식으로, 수분양자가 잔금을 마련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과 관계없이 모두 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 전세보증금으로 잔금 계획했던 수분양자들 ‘패닉’
이번 조치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단지는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로 입주가 임박한 상태다. 이외에도 서초구 ‘래미안원페를라’, 강남구 ‘청담르엘’,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대규모 단지들이 연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성동구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등도 포함돼 있어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분양계약자 중 상당수가 보증금을 전세로 유치한 후 그 자금으로 잔금을 납부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전세대출이 막힐 경우 실입주를 위한 대출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처럼 전셋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세입자의 전세자금대출 활용 빈도가 높아 대책의 여파가 더 크다.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세입자를 대신해 소유자가 직접 실입주를 하거나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경우 추가 대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도 6억원까지로 제한하면서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 일부는 결국 위약금을 감수하고 분양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규제는 은행권 비대면 대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내로 묶는 조치를 하루 만에 시행하자, 은행들은 전산 반영이 어려워 일제히 모바일 대출 접수를 차단했다.
국민은행은 27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접수를 막았고 29일에는 주담대도 중단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같은 조치를 단행했으며,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모든 가계대출의 비대면 창구를 무기한 중단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대출을 취급하던 인터넷은행들까지 운영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전면적인 비대면 대출 ‘정지’ 사태가 벌어졌다.
은행 전산 담당자들은 “단순 문구 수정이 아니라 대출 조건을 반영해 자동 필터링 시스템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은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하며, 전면 시행 이전에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힌퍈. 정부는 대출 정상화를 위한 전산 작업을 독려 중이지만, 서울 아파트의 약 74%가 이번 규제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