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위치한 두 아파트. 전용면적 84제곱미터(㎡)로 평수는 같다. 그러나 강북에 있는 아파트는 5억원, 강남 아파트는 15억원에 거래된다. 물론 지역 차이도 크지만, 이런 배경에는 여러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는 ▲대지지분 ▲전용률 ▲실거래 흐름이다. 평수만 보고 가격을 가늠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흔한 착각으로, 겉으로 보이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숫자가 만들어진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박관훈의 '주부 9단' 자료를 바탕으로, 아파트 평수와 집 값의 상관관계에 대해 되짚어본다.
■ 전용률 낮으면 정말 손해일까?
아파트 계약서에 적힌 ‘공급면적’과 실제 거주 면적이 다르다는 건 흔히들 아는 사실이다. 공급면적에는 복도·계단 등 공용면적이 포함되며, 실제 생활 공간은 전용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지표가 바로 '전용률'이다.
전용률은 공급면적 대비 전용면적의 비율로, 예를 들어 전용 84㎡ 아파트라 해도, 공급면적이 110㎡면 전용률은 약 76%다. 반면 공급면적이 125㎡이면 전용률은 67% 수준으로 떨어진다. 전용률이 낮으면 실제 내부 공간이 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무조건 ‘손해’라는 뜻은 아니다. 전용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로비나 커뮤니티 공간 등 공용면적이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용률은 개인의 생활 스타일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사용 면적을 중시한다면 높은 전용률이 유리하지만, 고급 단지의 여유로운 설계를 원한다면 낮은 전용률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 땅의 크기가 미래 가치 결정
아파트는 건물보다 ‘땅’이 중요하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회자된 부동산 공식이다. 단지 전체의 땅을 입주민들이 지분으로 나눠 갖는데, 이를 대지지분이라 한다. 이 대지지분이 재건축 사업에서 각 세대의 ‘몫’을 결정한다. 전용면적이 같은 두 아파트도 한 곳의 대지지분이 30평이고 다른 곳은 20평이라면, 재건축 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전자가 훨씬 크다. 무상으로 제공받는 면적이 늘어나고 추가 분담금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지지분은 또한 토지 수용 시 보상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만큼 보유세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곧 자산 가치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대지지분은 단순한 면적 계산이 아니라, 장기적인 개발 가능성과 연결된 ‘미래의 돈’이다.
■ 실거래가? 숫자에서 보여진 ‘절반의 진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은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다. 다만 거래 금액이라는 숫자만 보고 매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 숫자에는 빠져 있는 정보가 너무 많다. 우선 같은 단지 내에서도 매물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가족 간 거래나 세금 회피 목적의 저가 매매가 실거래가로 등록될 경우, 시세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거래가는 계약일 기준이 아닌 신고일 기준으로 반영되기에,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최신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기 어렵다. 급매나 이상 거래는 단순 참고값에 불과하며 전체 흐름을 대표할 수 없다. 이에 실거래가는 ‘참고용’으로 봐야 한다. 최소 3~6개월간의 계약일 기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세를 살피고, 유사 조건 매물과 비교해 시세를 판단해야 한다. 발품과 손품을 병행하는 교차 확인이 필수다.
■ 숫자보다 중요한 건 구조를 해석하는 눈
아파트 투자는 평수나 단가 같은 단순한 숫자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평수가 같더라도 대지지분과 전용률이 다르면 그 아파트의 미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실거래가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시장 흐름을 오해할 위험도 있다. 부동산에서 진짜 가치를 보는 눈은 ‘구조 해석력’이다. 단순히 넓어 보이는 집이 아니라, 왜 그런 구조가 나왔는지를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