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가 저점을 찍자 시중은행 달러 예금이 반등하며 외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수출입 기업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까지 환차익을 노리고 움직이면서 외화통장과 환테크 관련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이 한 달 만에 49억3100만 달러가 늘었다. 이는 올해 1월 이후 다섯 달 만의 증가세로 원화로 환산하면 6조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달러 예금으로 유입된 셈이다.
■ 5개월 만에 반등한 달러 예금…환율 하락이 불러온 매수세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4월 말 기준 577억1400만 달러에서 지난달 29일 기준 626억4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달러 예금은 작년 말 증가세를 보인 후 1월부터 넉 달 연속 줄어들었지만 5월 들어 다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수출입 기업들이 미리 달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개인 투자자도 달러 가치 반등 가능성을 보고 저점 매수에 나섰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4.25~4.5% 수준으로 예금 이자와 환차익을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초 146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으며 한때 1360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정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은 1380원대로 다시 반등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판단한 기업과 개인이 달러를 다시 매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외화통장부터 트래블카드까지…투자자 사로잡는 '환테크' 상품들
환율이 떨어지자 외화 투자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외화통장 상품을 시작으로 자동 환전 기능이 있는 상품까지 환테크 전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토스뱅크는 최근 '외화 모으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이 설정한 금액과 주기에 따라 원화 통장에서 외화를 자동으로 환전 적립해주는 서비스로 100원부터 가능하다. 환율 변동에 따라 자동 매수 매도 기능을 제공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신한은행의 '달러 모어 환테크 적립예금'은 특정 환율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이체가 실행되고 일정 환율 이상이면 자동 중단되는 구조다.
한국씨티은행의 'FX 오토바이셀'은 환율 목표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환전해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트래블카드를 이용한 외화 투자는 수수료 면에서도 주목된다. 토스뱅크 트래블카드는 외화 매수 매도 시 수수료가 없으며 외화통장과 연동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신한카드의 SOL트래블은 예치 금액에 따라 최대 연 2%의 이자를 제공한다.
한편, 달러 보험 상품도 장기 환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료를 달러로 납입하고 만기 시에도 달러로 수령하는 구조로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외화를 활용한 자산 운용 전략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