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생성 / MMM 제작)

한국 사회가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이중 위기를 겪으면서 방치된 빈집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며 안전사고 우려뿐 아니라 도시 경관 훼손, 범죄 발생 등 다양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빈집과 관련된 민원 건수는 1.7배 늘었다. 특히 경기, 부산,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빈집 민원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권익위는 지방보다 도심 지역에서 빈집으로 인한 생활 불편 체감도가 더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한 전국 단위 빈집 행정조사 결과에서는 도시와 농어촌을 포함해 전국 빈집 수가 13만4009호로 집계됐다. 도시지역이 5만5914호, 농어촌은 7만8095호였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2만6호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북 1만8300호, 경남 1만5796호, 경북 1만5502호 순이었다. 부산은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1만호가 넘는 1만1471호를 기록했다.

빈집 급증의 원인으로 고령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빈집 수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간 상관계수는 0.793으로 나타났다. 전남과 경북이 각각 27.2%, 26.0%의 고령인구 비율을 기록하며 빈집 수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했다.

행정조사에서는 전체 빈집 중 약 8만7689호가 활용 가능하다고 평가된 반면 4만6320호는 철거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더 많은 수치가 집계됐다. 2023년 기준 전국 빈집은 153만4919호로, 전체 주택의 7.9%를 차지했다. 전남은 14.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빈집 비율을 기록했으며 제주, 강원, 충남, 전북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은 3.4%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5년마다 실시되는 통계청 현장조사에서는 장기 방치된 빈집 실태도 드러났다. 2020년 기준 12개월 이상 비어 있는 빈집은 38만7326호였고, 이 중 경남(5만4511호), 경북(5만3297호), 전남(5만1283호)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2005년 이후 전국적으로 102.9% 증가한 수치다.

노후 빈집 증가도 심각하다. 건축 후 31년 이상 지난 노후 빈집은 경북(6만2439호), 전남(6만648호), 경남(5만8120호) 순으로 많았다. 노후 빈집과 장기 미거주 빈집 간 상관계수는 0.97로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처럼 빈집 문제는 안전사고뿐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와도 맞물리며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빈집 소유주의 자발적 정비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개편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부산 영도구와 공동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재산세 감면을 통한 정비 유인책을 제안했다.

허원제 지방세제연구실장은 "현행 세제는 빈집 철거 시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라 소유주가 방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비 수준에 따라 재산세를 차등 감면하고, 정비 명령 불응 시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율을 상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 역시 지난해부터 빈집 정비 전담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전국 단위의 통합 관리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집 문제가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