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이혼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위장전입을 통해 고가 주택에 거주하며 세금을 회피한 고액상습체납자들이 국세청의 전방위 추적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한 710명을 특정해 강도 높은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로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은 총 1조원 규모로 1인당 평균 14억원가량이다.
국세청은 한 고액체납자의 실거주지 수색으로 개인금고에 은닉한 현금 다발, 귀금속, 명품 시계를 압류했다. (사진=국세청)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체납자들을 ▲강제 징수 회피 ▲재산 은닉 ▲호화 사치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먼저 강제 징수 회피 유형에는 배우자와 서류상 이혼 후 재산을 분할하거나 종교단체 등에 재산을 기부해 은닉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한 224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을 부풀려 편법 배당을 한 뒤 법인세를 체납하는 등 복잡한 방식으로 징수를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체납 처분 면탈 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를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재산 은닉 유형으로는 특수관계인의 명의로 부동산을 신탁하거나 차명계좌를 통해 수입과 자산을 숨긴 124명이 적발됐다. 일부 체납자는 VIP 은행 대여금고에 현금, 수표, 금괴 등을 보관하며 세금을 회피했다. 국세청은 명의신탁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말소등기 청구 소송을 추진하고 차명계좌와 대여금고도 추적 및 압류 조치 중이다.
호화 사치 유형에는 해외 도박장 인근 호텔에 머물며 도박을 하거나 백화점과 명품 매장에서 고가 사치품을 구매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은 362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소득이 없는 가족 명의로 과다한 소비를 이어가고 고가 주택에 거주하면서도 위장전입을 통해 세금 납부를 회피했다.
국세청은 현장 수색과 탐문, 잠복 등을 통해 이들의 은닉 재산을 적발하고 있다. 가전제품 도매업체 대표이사의 경우 아파트 발코니에 10만원권 수표 다발을 신문지로 덮어 쓰레기로 위장했으나 국세청에 적발됐다. 또 체납자가 항상 소지하던 등산 배낭에서도 현금과 금괴 수백돈이 발견돼 총 3억원이 징수됐다.
국세청은 지난해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재산추적조사를 진행해 2조8000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현장 수색 2064회를 실시하고 은닉 재산을 반환받기 위해 민사소송 1084건을 제기했으며 체납 처분 면탈 방조자 423명은 범칙 처분했다.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 재산추적조사, 명단 공개, 출국 금지 등 모든 강제 징수 수단을 총동원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생계형 체납자와 수출 감소 등으로 피해를 본 납세자에 대해서는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