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그림=머니마켓미디어 제작)
퇴직연금이 더 이상 예금처럼 굴리는 자산이 아니다.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긴 가운데 수익률 30%를 웃도는 상위 계좌도 나타나며 퇴직연금이 '투자자산'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특히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DC)형 가입자의 수익률이 기존 확정급여(DB)형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운용 방식에 따른 격차가 뚜렷해졌다.
9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은 4.77%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0.49%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3%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IRP가 5.86%로 가장 높았고 DC형은 5.18% DB형은 4.04%로 나타났다. 근로자 본인이 직접 운용하는 유형일수록 수익률이 높았다.
■ IRP 상위 1% 수익률은 33%…수익률 격차 확대
IRP와 DC형은 실적 배당형 자산의 비중이 높은 데 비해 DB형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된다. 지난해 실적 배당형의 평균 수익률은 9.96%에 달해 원리금 보장형 평균 수익률 3.67%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IRP의 경우 상위 1% 수익률은 33.2%에 달했고 상위 10%는 12.5% 상위 20%는 6.3% 수준이었다. 즉 수익률이 6% 이상이면 상위 20% 안에 드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IRP는 수익률 분포도 넓다. IRP 가입자의 13.3%는 연간 수익률이 10%를 넘겼다. 반면 DB형은 85.3%가 2~4% 수익률 구간에 몰려 수익 편차가 작았다. 상위 수익률 계좌들은 주식 중심의 실적 배당형 자산 비중이 높았다. IRP 가입자의 상위 10%는 은행 기준 84% 증권사는 92%가 실적 배당형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했다.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DB형이 214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49.7%를 차지했고 DC형은 118조4000억원 IRP는 98조7000억원이었다. 특히 IRP는 전년 대비 30.6% 늘어나며 2년 연속 3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 투자형 선호 늘었지만 전문가 "장기 수익률 주의해야"
퇴직연금의 실적 배당형 자산 비중은 2022년 11.3%에서 2023년 12.8% 2024년에는 17.4%로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시장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는 추세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 배당형은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어 무조건적인 투자 비중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실제로 실적 배당형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3.44%였고 원리금 보장형은 2.09%였다. 단기 수익률이 높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신중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송인 신한 프리미어 PWM 서교센터 PB팀장은 “작년 미국 주식에 이어 올해는 국내 주식 수익률이 회복되면서 채권과 주식을 혼합한 상품 성과가 좋다”면서 “하지만 연금은 장기 운용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안정적인 자산을 유지하면서 하락 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