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NS)

입주형 베이비시터를 구한다는 한 온라인 구인 글이 과도한 노동 조건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육아뿐만 아니라 가사노동과 심야 수유까지 요구하면서도 월급은 시세보다 낮은 350만원으로 제시돼 “현대판 노예 계약”이라는 비판이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생활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입주 베이비시터를 모집하는 공고가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공고는 생후 120일 된 아이를 돌봐줄 입주 시터를 찾는 내용으로, 일요일 오후 7시부터 금요일 오후 6시까지 주 6일간 상주하며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작성자는 ‘엄마의 육아 방식을 그대로 따라줄 수 있는 사람’을 최우선 조건으로 제시했고, 지원 자격은 40대에서 60대 초반 여성으로 백일해와 독감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6개월 이상 장기 근무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업무 범위는 ▲분유 제조기 사용과 세척 ▲젖병과 공갈젖꼭지 열탕 소독 ▲트림 유도와 이유식 조리 ▲아기 물품 정리와 방 청소 ▲가습기 관리 ▲아기 빨래 등이다. 여기에 자정부터 오전 1시,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두 차례에 걸친 심야 수유도 포함됐다.

근무 중에는 영상 시청이나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되고 위생 관리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월급은 350만원이며, 6개월마다 10만원씩 인상된다고 명시됐다. 합격자는 건강검진 진단서와 등본, 범죄기록증명서, 피검사 결과지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고를 접한 누리꾼들은 “가사 포함 입주 시터는 보통 450만원 이상인데 시세보다 낮다” “육아도 하고 집안일도 하면서 밤에도 자지 말라는 조건”이라며 과도한 업무 강도에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 잠실역 인근에서도 비슷한 조건의 입주 도우미 구인 글이 당근마켓에 게시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구인자는 생후 2개월 여아를 돌봐줄 입주 도우미를 찾으며, 근무 시간은 일요일 오후 8시부터 금요일 오후 8시까지로 설정했다. 월급은 300만원이었고 4대 보험과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업무에는 ▲육아 전반 ▲저녁 식사 요리 ▲어른 빨래 ▲집안 청소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 성인 대상 가사 업무까지 포함됐다. 여기에 아기를 달래고 목욕시키는 것은 물론, 2~3시간마다 수유를 돕고 밤에도 아기와 함께 자며 상태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해당 구인 글은 "현대판 노비를 구한다" "이건 노동이 아니라 학대"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일부 이용자들은 "장난으로 쓴 글이길 바란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입주형 베이비시터나 가사도우미와 같은 가정 내 노동자들이 명확한 법적 보호 장치 없이 고용주 재량에 따라 근무 조건을 강요받는 현실을 지적한다. 표준계약서나 근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세보다 낮은 보수’와 ‘고강도 업무’를 강요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2023년 5월 KBS 인터뷰에서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노동 시간, 임금, 퇴직금 등의 기준조차 없는 상태”라며 “가사서비스 제공자와 고용주 간의 표준계약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부당한 요구를 받아도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