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취업 문

최근 10년간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경력직 선호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다. 2022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채용 공고 중 신입을 대상으로 한 비율은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반면, 경력직 채용은 60% 이상을 차지하며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신입 구직자들은 “취업 문이 점점 좁아진다”며 좌절하고, 기업은 “신입을 뽑으면 손해”라며 고개를 젓는다. 과연 이 문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기업과 구직자의 입장을 들여다보며, 구조적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구직자와 기업, 서로 다른 현실

신입 구직자의 부담

청년 구직자들에게 취업은 갈수록 험난한 길이다. 한국경제연구원(2023)에 따르면, 20대 실업률은 8.5%로 전체 평균(3.7%)의 두 배를 넘는다. 특히 “선배들처럼 정규직으로 바로 들어가기 힘들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통계청 자료(2022)를 보면, 비정규직 비율은 20대에서 37%로, 30대(22%)나 40대(15%)보다 월등히 높다. 신입으로 시작조차 못 하는 이들이 늘면서, “취업 준비 기간이 평균 1년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잡코리아, 2023).

기업의 계산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신입을 채용하면 초기 3~5년간은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은 ‘손실의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2021)은 신입 사원이 1인분 이상의 기여를 하기까지 평균 3.2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역량을 갖춘 인재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하고, 그렇지 않은 인재는 남는다. OECD(2022) 노동 보호 지수에서 한국은 해고 규제 강도가 2.8점(최고 5점)으로, 일본(1.5점)이나 미국(0.5점)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기업은 “해고가 불가능해 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구조적 문제의 뿌리

이 딜레마의 원인은 노동 시장의 제도적 틀에 있다.

■ 호봉제: 연차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상승하는 구조는 신입 육성 비용을 높인다. 예컨대, 2023년 공공기관 평균 초봉은 3,500만 원인데, 5년 차가 되면 5,000만 원을 넘는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 해고 규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노동법을 가진 대한민국은 기업이 신입의 성과를 평가한 뒤 정리할 유연성이 부족하다.

■ 무급 인턴 제한: 근로기준법상 무급 인턴은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이 신입을 사전에 검증할 기회가 없다.

■ 인구구조의 변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재취업으로 인해 중, 장년층과 청년층이 경쟁하게 되는데, 중, 장년 경력 구직자층이 쌓아온 오랜 경험에 비해 청년 신입 구직자층의 경쟁력은 높다고 할 수 없다.

경제학적으로 이는 “최저가격제를 강제하면 거래량이 줄어드는” 상황과 같다. 기업이 신입을 뽑을 인센티브가 사라진 것이다. 대학과 민간 교육기관이 실무 교육을 강화하며 이 틈을 메우고 있지만, 구직자가 회사 안에서 배우는 대신 밖에서 돈을 내고 준비하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새 정부 제도와 인식의 변화 필요

이 구조를 바꾸려면 과감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 호봉제 폐지: 성과 중심 보상 체계로 전환하면 기업의 초기 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일본은 1990년대부터 호봉제를 약화시키며 신입 채용을 늘렸다(OECD, 2021).

■ 해고 규제 완화: 유연한 고용 시장은 기업의 위험을 줄이고, 신입에게도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스웨덴은 해고 규제 완화와 적극적 재취업 지원을 병행해 청년 실업률을 6%대로 유지한다(유럽연합 통계청, 2022).

■ 무급 인턴 허용: 단기 인턴십을 통해 기업은 신입을 검증하고, 구직자는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70% 이상의 기업이 인턴십을 채용 전 단계로 활용한다(전미대학경력개발협회, 2023).

■ 교육의 역할: 대학과 직업 훈련 기관이 실무 중심 커리큘럼을 강화해 기업의 육성 부담을 덜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K-디지털 트레이닝’ 같은 프로그램은 좋은 사례다.

신입 채용의 딜레마는 기업이나 구직자 한쪽의 잘못이 아니다. 서로 다른 현실이 충돌하며 생긴 간극이다. 제도적 변화 없이는 기업을 강제로 압박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호봉제 폐지, 해고 규제 완화, 인턴십 확대 중 어떤 조합이 현실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