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시행 이후 한 달여가 지나면서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매수자들은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멈췄지만, 매도자들은 오히려 매물을 시장에서 거둬들이며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691건에 그쳐 전월(1만1885건) 대비 77% 급감했다. 거래 신고 기한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계는 입을 모아 "매수자와 매도자 간 기대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당분간 급할 것 없다는 분위기로 매도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아실 집계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6009건으로 한 달 전 6641건보다 9.6% 감소했다. 서초구(5139→4860건)와 송파구도 각각 5.5%, 3.5% 줄어들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대출 규제는 수도권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는 등 '초강수'로 평가받는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8억원 이상의 현금 없이는 매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프리미엄 단지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82㎡)가 지난 11일 44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달 4일에는 송파구 가락삼익맨숀(전용 108㎡)도 24억4000만원에 매매되며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매도 대신 자녀 증여를 선택하는 집주인들도 증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올해 상반기에도 서울에서 증여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집계됐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갈아타기가 어려워지면서 매수 문의도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집주인들 중에는 '헐값에 팔 바에야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며 매물을 회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매물 부족 현상으로 집값 상승세는 오히려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가격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는 지난 21일 기준 0.16% 올라 25주 연속 상승 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서초구(0.28%)와 송파구(0.43%)는 서울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금리 인하 여부 등이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단기적으로는 거래량이 위축되고 있지만 강남권은 재건축 기대감과 공급 부족 등으로 중장기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며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다가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