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나이는 늘어나는데 국민연금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다. 만 59세까지만 보험료를 내고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는 구조 속에서 최대 5년의 공백이 생긴다. 고령층은 사각지대에 놓이고 젊은 세대는 불신을 품은 채 연금 대신 개인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3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1969년생 이후 가입자는 만 59세까지만 보험료를 내고 만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문제는 이 사이 공백이 최대 5년까지 발생한다는 점이다. 보험료를 더 내고 싶어도 법적으로는 임의계속가입 외에는 방법이 없으며 본인이 신청해야 하고 보험료도 전액 부담해야 한다. 현재 임의계속가입자는 약 48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제도 사각지대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장에서는 이미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웃도는 상황에서 연금 가입 상한을 연금 수급 연령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가입기간이 늘어나면 수급 요건 충족률도 높아지고 수령액도 늘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 부담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입 상한을 64세로 높이고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맞출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현재보다 1년 앞당겨진 2054년이 될 수 있다. 가입자가 늘어 보험료 수입이 늘지만 연금 지급액 증가 속도가 이를 웃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연금 제도의 일관성과 실효성을 높이되 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와 노동정책과의 연계 등 정교한 정책 설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제도적 불일치와 불신은 젊은 세대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29세 중 59.8%, 3039세 중 83%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힌 비율도 높았다.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 대신 민간 금융 상품에 더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인기 코너 ‘은퇴스쿨’에서는 15년간 연금 컨설팅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연금 전문가 여경진 미래에셋운용 연금플랫폼팀 팀장이 출연해 “MZ세대는 노후를 위해 연금보다는 자산관리 중심의 준비를 선호한다”며 대표 상품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언급했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상품으로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후 자산 규모에 대한 인식도 뚜렷하다. 매년 1000만원의 생활비를 이자 수익으로 만들려면 수익률 3% 기준 원금 4억9800만원이 필요하며 30년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약 6억2600만원이 필요하다. 이를 맞추려면 매달 173만9000원을 30년간 꾸준히 저축해야 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가입 기회를 넓히고 재정 부담에 대한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에서는 제도 밖에서 살아남기 위한 MZ세대의 독자적인 금융 전략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