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민제도를 둘러싼 홍콩과 미국의 대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자산 기준 완화와 제도 개편을 단행한 홍콩은 실제 자본 유치로 이어졌지만, 미국의 골드카드 제도는 법적 쟁점으로 인해 시행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민을 자본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두 나라의 시도는 뚜렷한 결과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홍콩은 투자이민 제도 ‘NEW CIES’를 통해 지난 14개월간 총 1548건의 신청을 접수했으며 이 중 543명이 3000만 홍콩달러(약 53억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했다. 이를 통해 홍콩은 약 165억 홍콩달러의 자본을 유치했고 이 중 3분의 2는 펀드와 주식 시장에 투자됐다. 특히 올해 초 제도 개편 이후 지난 3월에는 신청자 수가 전달 대비 440% 급증했다.
NEW CIES는 2024년 3월부터 시행됐다. 기존 제도에서 요구되던 자산 유지 기간 2년을 6개월로 단축했고, 가족과 공동 보유한 자산도 신청자가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인정하도록 요건을 변경했다. 투자 방식도 기존 금융 상품 중심에서 개인회사 및 패밀리오피스 설립을 통한 직접 투자로 확대됐다.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법인세 면세 혜택도 제공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골드카드’ 제도는 시행이 불투명하다. 골드카드는 500만 달러(약 68억원)를 투자하면 미국 영주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기존 EB-5 제도를 폐지하고 골드카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신청을 위한 온라인 사이트를 열었고 외국인 6만8703명이 대기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WP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새로운 비자 제도를 도입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골드카드 시행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이민서비스국(USCIS) 전 고문 더그 랜드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고, 트럼프 행정부 전직 법률고문 조지 피시먼은 “의회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35년간 비자 종류를 변경한 사례가 없다.
한편, 골드카드와 같은 제도가 부유층에게 비자를 우선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반발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과거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유사 제도를 운영하다 부작용으로 폐지한 전례를 언급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