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고령층의 부채 증가가 가파르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주거와 생활 안정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까지 늘면서 연체율도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고령화 속도에 맞물려 부채 고령화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잠재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의원과 천하람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60대 이상 가계대출 잔액은 375조3000억원으로 2020년 1분기보다 20.4%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177조4000억원으로 27.4%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중 주담대 비중은 5년 전 44%에서 47%로 상승했다. 이 같은 주담대 증가율은 30대 이하(33.6%)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60대의 연체율은 상승세다. 올해 1분기 기준 60대 이상 차주의 평균 연체율은 1.3%로 ▲30대 이하 0.66% ▲40대 0.85% ▲50대 1.19%보다 높았다. 2020년 1분기(0.8%)와 비교해도 증가 폭이 크다. 평균 대출 잔액은 8564만원으로 전체 평균 9581만원보다 낮지만 상환 여력이 떨어지는 점이 연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60대 이상이 무리하게 빚을 내는 배경에는 ▲주거 안정 ▲부동산 가치 상승 ▲자녀 지원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에서 주택을 계약한 60대 이상은 4494명으로 전체의 약 14%를 차지했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의료비나 자녀 결혼 자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주담대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출 심사 강화에 따라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고령층도 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일부는 보험계약을 담보로 생활비와 사업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권 대출 연체율도 고령층을 중심으로 상승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중 금리 6% 이상 고금리 계약은 전체의 23.2%였고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27.5%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60대 이상 고금리 계약자에 대한 보험계약대출 우대금리 제도를 시행했다. 고령층의 이자 부담을 낮춰 금융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담보권신탁제도나 생애 주기 맞춤형 대출 설계를 통해 고령층의 주거 안정과 부채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2030세대 역시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30대 이하의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 496조4000억원으로 5년 새 71조6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는 231조6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58조3000억원 늘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부채를 떠안은 젊은 세대가 소비와 투자 여력을 잃게 되면 경제 활력이 위축될 수 있다. 하우스 푸어 증가 우려와 함께 자산 형성의 왜곡 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