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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매도세 속에서도 AI·바이오·배터리 관련 종목에는 외국인 자금이 집중되며 시장의 흐름이 뚜렷하게 양분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외국인 거래가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지 않도록 통합계좌 관리 강화에 나섰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3일부터 2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약 14조299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4월 미국과의 상호관세 우려로 기록된 월간 최대 순매도액(13조592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역대급 매도세가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수급 불안과 함께 경계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매도세가 펀더멘털 악화 때문이 아니라 일부 주도주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IBK투자증권 정이수 연구원은 “일라이 릴리 미국 공장 인수로 셀트리온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고 향후 CMO 매출 반영 시 실적 상향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셀트리온의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한 1조3373억원, 영업이익은 124.7% 성장한 441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실제로 셀트리온을 307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이달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LG화학(1742억원), SK바이오팜(1662억원), LG씨엔에스(1570억원), 이수페타시스(1525억원) 등 AI와 바이오, 배터리 관련 종목들이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이수페타시스는 구글의 TPU(텐서처리장치) 공급망 내 핵심 업체로 부각되며 주가가 이달 들어 20% 넘게 급등했다.

김소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TPU 시장 확대에 따라 이수페타시스는 AI 네트워크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다층기판(MLB)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평균판매단가 상승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전력은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전기요금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부각됐다. 이에 따라 배당 상향 가능성이 제기되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증권가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0% 증가한 78조원, 순이익은 125.2% 늘어난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 박기훈 연구원은 “이익 체력이 견조한 업종을 중심으로 비중을 유지하면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KB증권 김동원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441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외국인 매매 동향 속에서 금융당국은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외국인 통합계좌 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국내 증권사에 배포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외국 금융투자업자 명의로 개설되는 통합계좌의 제재 이력과 감독당국 인가 여부, 내부통제 수단 등을 사전 점검해야 한다. 또한 고객 확인 의무 이행 여부와 불공정 거래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외국 금융투자업자는 최종투자자의 거래내역을 10년간 보관하고, 매월 말 기준 다음 달 10일까지 국내 증권사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 감독당국이 요청할 경우 최종투자자별 거래내역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한편, 통합계좌 개설 절차와 주주권리 배정, 보고 의무 등도 단계별로 정리됐다. 또한 내년 1월 초 시행을 목표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이 마무리되면 해외 중소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도 별도의 특례 없이 통합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