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MMM

구글이 자사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를 메타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엔비디아가 독점하던 AI 칩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고 뉴욕증시에서도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25일(현지 시각)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구글은 2027년 도입을 목표로 메타와 TPU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이 성사되면 구글은 자사 데이터센터에서만 운용하던 TPU를 메타의 온프레미스(자체) 데이터센터에도 직접 공급하게 된다.

그동안 “TPU를 쓰려면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를 이용하라”는 폐쇄적 정책을 고수하던 구글이 전략을 바꾼 이유는 엔비디아 견제에 있다. 클라우드 시장의 하드웨어 표준 경쟁에서 밀리면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메타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TPU 생태계’를 확대하려는 의도”라며 “엔비디아의 GPU 가격 정책에도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 역시 TPU 도입을 통해 비용 절감과 AI 학습 효율화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메타는 매년 수조 원 규모의 엔비디아 GPU를 구입해왔으나 자체 칩은 아직 성능이 부족하다. TPU는 성능이 검증됐고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우리가 기술적으로 한 세대 앞서 있다”고 언급하며 경쟁 구도를 의식한 발언을 내놨다.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도 AI 칩 지형 변화의 영향이 즉각 나타났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64.18포인트(1.43%) 오른 47112.45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91% 상승한 6765.88에, 나스닥종합지수는 0.67% 오른 23025.59에 거래를 마감했다.

증시 반등의 핵심 요인은 메타의 구글 TPU 도입 검토 소식이었다. 미국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메타가 2027년 자사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를 도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7% 넘게 급락했고, AMD 역시 4% 이상 하락했다. 반면 알파벳은 1% 이상, 메타는 3.78% 상승했다.

아울러 AI 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 중심에서 다극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브로드컴 등 맞춤형 AI 칩(ASIC) 강자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2% 가까이 오르며 시가총액 1조81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시장 예상치와 일치했다. 같은 달 소매판매는 0.2% 증가해 전망치(0.4%)를 밑돌았다. 소비 둔화와 물가 안정세가 겹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12월 금리 인하 확률을 82.7%로 반영했다.

기술주가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의료·산업·금융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다우지수가 1%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와 셰브론을 제외한 28개 종목이 올랐다.

한편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구글의 이번 결정이 AI 시장이 ‘기술 선점’ 국면을 지나 ‘비용 효율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의 개방 전략이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의 폐쇄적 칩 정책에도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인프라 시장은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와 하드웨어 판매가 분리되는 ‘언번들링’ 경쟁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