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며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월세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낮은 경기도 비규제지역으로 ‘탈서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2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6378만 원으로 2022년 4월 역대 최고가(6억8727만 원)의 96.5% 수준까지 회복했다. 정부는 대책 발표 당시 임대차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자료를 보면 이달 20일 기준 서울 전세 물량은 2만6019건으로 올 1월 대비 18.0% 줄었다. 전세수급지수는 104.4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이 반전세나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고 있어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서울 주요 단지에서는 월세 보증금이 전세가격을 넘어서는 사례도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59㎡는 보증금 9억3000만 원에 월 40만 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75㎡는 보증금 16억 원에 월 80만 원으로 거래됐다.
이 같은 부담 확대로 인해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으로 이주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순이동 인구는 -7751명으로 감소한 반면, 경기도는 7018명 증가했다. 서울 전셋값 수준으로 경기도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탈서울 현상을 촉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주요 도시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부천 5억2505만 원 ▲고양 5억1436만 원 ▲김포 4억7026만 원 ▲의정부 3억7401만 원으로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10·15 대책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규제지역은 LTV 6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실거주 의무도 없어 금융 문턱이 낮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전월세 거래 7만24건 중 월세 거래가 4만6144건(65.9%)으로 전세(34.1%)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2023년 56.6% ▲2024년 60.1%에 이어 올해 60%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1.51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평균 월세는 144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8만 원(14.2%) 올랐다.
이는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약 609만 원의 20~25% 수준으로 세입자의 소득 중 상당 부분이 임대료로 지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전세대출 한도 축소로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월세로 몰리며 실질적인 주거 선택지가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세가격이 4.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로의 수요 집중이 이어질 경우 임대차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