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MMM)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임대인 중심의 시장 분위기가 강화되자 세입자의 정보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임차인 면접제’를 도입하자는 청원이 올라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기준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악성 임차인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임대인은 자신의 재산을 맡길 상대를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며 “신용도나 범죄 이력 등 기초적인 정보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에서는 세입자 면접과 서류 심사가 일반적”이라며 단계별 심사 절차까지 제시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좋은 조건의 전셋집인데 집주인이 가족 면접을 요구했다”는 글이 확산됐다. 해당 임대인은 어린 자녀나 반려동물, 못질 등을 금지했고 가족 구성원 전원의 면접을 통해 입주 적합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는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기간을 기존 2+2년에서 3+3+3년으로 늘리고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와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활용해 임대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이력, 보증 제한 여부, 최근 3년간 대위변제 이력을 공개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임대인의 신용도와 보유 주택 수, 주소 변경 빈도 등을 담은 ‘위험 보고서’를 운영 중이다. 이에 대해 임대인들은 “임대인만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해외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정보를 공개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미국은 신용점수와 고용 및 소득 증명, 범죄기록, 이전 집주인의 추천서까지 제출하는 ‘Tenancy Screening’ 제도를 운영한다. 독일은 ‘셀프 디스크로저’라 불리는 개인·재정정보 문서 제출이 필수이며 인기 지역의 경우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넘는다.

프랑스는 급여명세서, 세금신고서, 보증인 서류를 기본으로 요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면접 절차까지 진행된다. 일본은 보증회사 심사와 재직증명서, 소득증빙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다. 한국처럼 임대인 정보만 공개되는 구조는 오히려 예외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임차인 면접제가 실제 제도로 도입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다만 임대인들의 ‘역차별’ 주장과 불만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임차인 보호 중심의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서 불만이 누적되고 전세 매물 감소로 임대인 우위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전문가들은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임대인 정보 공개 확대와 전세시장 구조 변화는 향후 양측의 신뢰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제도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청원으로 그치지 않고 주거 정책 전반의 불균형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