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이 다시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투자 수요가 빠르게 몰리고 있다. 실물과 금융상품 전반에서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가격 상승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54달러를 넘어서며 한 달 만에 최고가를 새로 기록했다. 같은 날 KODEX 은 선물 H ETF 가격은 전일 대비 5.79% 오르며 9320원을 찍었다. 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 상승률은 11.58%를 나타냈고 미래에셋 레버리지 은 선물 ETN도 11.44% 상승했다.
신한은행 실버뱅킹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1370억원으로 이달 들어 84억원 늘어났다. 계좌 수는 24271개로 같은 기간 7395개 증가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잔액은 207.8% 증가했고 계좌 수는 43.8%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국내에서 실버뱅킹을 판매하는 유일한 금융사다.
실버바는 이미 공급이 바닥났다. 지난달 20일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실버바 판매를 멈췄다. 급등한 수요로 공급이 부족해진 가운데 한국금거래소가 내년 1월 1일까지 실버바 납품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실물 구매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금융권은 올해 들어 은값이 70퍼센트 이상 오른 상황에서도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은 가격 목표를 기존 44달러에서 65달러로 상향했다.
미국과 기타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실질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과 은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낮아질 때 투자 매력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세계 유동성이 증가하는 흐름도 은값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달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양적긴축 종료 시점을 수개월 내로 시사했으며 중국 정부도 지급준비율 0.5퍼센트포인트 인하와 1조위안 규모 장기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대신증권 자료에 따르면 세계 유동성이 20퍼센트 이상 늘어난 2020년 국제 은값은 100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 최진영 연구원은 "금값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때 상승했고 은값은 유동성 확장 국면에서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며 "각국 중앙은행 정책금리의 변화를 은값이 약 18개월 후행한다는 점을 근거로 2027년 6월까지 은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